프랑스 르네상스 시기의 작가 라블레의 소설 연작 중 팡타그뤼엘의 여행기를 담은 『제4서』에는 맞는 것을 전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시카누 족이 등장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이번 거래에 선택된 사람이 바로 ‘빨간 얼굴(Rouge muzeau)’이다. 다른 시카누들이 그가 선택된 것을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가운데 ‘빨간 얼굴’은 죽기 직전까지 맞은 후 행복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본 전시 ‘빨간 얼굴 Rouge Muzeau’은 이 짧은 에피소드가 지닌 어떤 농담에 대한 태도를 빌려 동시대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윤묵 작가의 <레슬러들>을 포함한 페인팅 작업과 리키첸 작가의 영상작업 <Life>와 <내 엉덩이를 봐>, 한대웅 작가의 포토그래피 <Stuff> 시리즈, 착 작가의 <연습> 퍼포먼스, 김관지 작가의 <육눈깔>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공간 사운드 연출은 오로제가 맡았다. 기꺼이 폭력적이기, 기꺼이 우스꽝스러워지기, 기꺼이 기괴하기,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에 기꺼이 동참하기의 마음으로, 깊게 자리한 일방향적인 가치들이 비틀리는 찰나를, 부정들이 웃음과 함께 전복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 기획의 말

<레슬러들> 외
“내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담을 시각적으로 명징하게 표현하는 일이다”
라고 했을때 종종 내 작업은 웃기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웃음은 농담의 한 부분이고 농담의 이유에는 웃기려는 목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농담의 요소나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박윤묵 Park Yoon Mook
집에서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고 방에서 그림을 그린다.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만나는 것 보다 전화로 잡담하는 것을 좋아한다.
농담을 좋아해서 농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Look at my booty>, <Life>
‘내 엉덩이를 봐 Look at my booty’는 근미래의 실존적 위기를 다룬다. ‘불안한 존재’의 독백은 당도한 위기감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과 그에 따르는 행동들을 보여준다. 그저 눈앞에 있는 자극적인 것만 바라보며 그 외의 것들을 등한시하는 이들을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불안한 존재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갈등한다. 결국 그들에게 반발심을 느낀 불안한 존재는 그들의 무기력함에 대항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자극적인 것을 직접 실행하는 선택 또한 보여준다. 자유를 향한 그의 행동은 구조적 현상이었을까 실존적 선택이었을까?
‘인생 Life’는 포로라는 인물이 시청자와 소통하며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 영상이다. 인생은 고통이다. 포로는 ‘인생’은 고통 그 자체이므로 고통을 부정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고통으로부터 회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선택들이 인생의 의미이자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는데.. 하지만 포로의 말과 행동에서는 모순들이 보이고 점점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도 하다. 과연 그는 우리에게 그토록 강요하던 고통을 받아들였는지, 또는 그가 말한 고통이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지, 시청자들은 그의 인생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리키첸 lee ki chen
책을 읽었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일. 사람들이 직감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명확히 말할 수 없는 것에 다리를 놓아주는 일”
저 또한 회화와 영상을 통해 일상 또는 현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다 보니 즐겁고 무엇보다 유쾌하고 재밌는 걸 추구합니다.

<Stuff> 시리즈
유사미래과학을 통해, 공간을 평면화 하여 인간의 신체를 수집한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 기술과는 다른, 과거의 미래에 가까운 이미지다.

한대웅 Daewoong Han (일루전 프린터 Illusion printer)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좋아하며, 친구, 가족과 같은 사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살아있는 동안 관계를 맺는 ‘공간’, 관계를 끝내는 ‘죽음’ 등을 살피며, 다른 시대감을 통해 현실감을 흐트러뜨리는 작업 과정을 즐거워한다. 스스로의 행동이 무겁거나 신파적인 감정을 통해 표현되는 것을 경계하며, 중요하고 무거운 감정들을 좀 더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다.

Sound | 오로제 Ohroze

글자와 목소리, 소리로 활동 중이다. 텍스트와 비텍스트의 틈 속에서 목소리와 잡음을 통해 접촉과 공간 형성에 관한 실험들을 작업하고 있다. 이번 ‘빨간 얼굴 Rouge Muzeau’ 전시에서 공간 사운드 연출을 맡아 <Laugh sound effect> 시리즈 ‘Canned Laughter’와 ‘Sign’을 설치했다. 웃음소리(laugh track)들로 구성된 이번 사운드 연출은 시트콤을 비롯한 TV 쇼에서 주변 단서(peripheral cues)로 작용해 온 사전녹음된 부재자의 웃음소리와, 현대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자극의 기폭제로서 사용되는 가시적 형태의 웃음소리를 활용한 청각적 요소의 분위기 유도 효과에 대한 실험이다.

퍼포먼스

4월 22일 토요일 오후 5시 / 40min

‘연습’은 퍼포머이자 타투이스트인 착이 전시 ‘빨간 얼굴 Rouge Muzeau’에 참여 제안을 받고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 구성한 퍼포먼스이다.
착:
빨간얼굴 공연 제안을 받고나서 공연에 놓여지고픈 나의 행동조건들을 생각했다.
1)누군가에게 눈요기가 될 만한 내 일상의 행동이 있던가.
2)정작 그 행동이 누군가에게 보여줄 마음이 없었던 행동이었나.
3)그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의미를 주입하고픈 오만함은 없는가.
4)이전부터 해왔고 공연에서도 하겠지만 앞으로도 하게 될 행동인가.
‘타투 연습’을 떠올리고는 공연 제안을 받아드렸다.

착 Chak
2019.04 China Xiamen ‘Shapowei Art zone’ 전시 및 퍼포먼스
2019.08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야마가타트윅스터 퍼포먼스
2019.09 홍대복합문화공간 ‘고인물’ ‘세계시선’ 퍼포먼스
2019.09 유니온아트페어 성수동 ‘에스펙토리’ 페인팅 전시 및 퍼포먼스
2019.11 광주시립미술관 ‘타임큐비즘’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
2019.11 갤러리조선 요한한 ‘공명동작’ 퍼포먼스
2020.07 탈영역 우정국 ‘작은불화’ ‘아이작 충와이’ 퍼포먼스
2021.03 보안여관 요한한 ‘공명동작 chapter II’ [공명의 원리] 퍼포먼스
2021.0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요한한 공명동작 -대화편 (The Dialogues) 퍼포먼스
2021.12 을지로 ‘오브’ <호지차 주는 전시>
2022.03.《도시,을지로+2℃》<도시열섬> <프로젝트: 쿨링맨>
2022.06 에어하우스 The Air house 타잔로카 퍼포먼스.
2022. 09 수림아트랩 요한한 <<세어보았다 MÉNÉ 세어보았다 MÉNÉ 달아보았다 TEKEL 나누었다 UPHARSIN>> 퍼포먼스

✯ 별도의 사전예약 없이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전시 현장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5월 6일 토요일 오후 5시 / 30min

퍼포먼스 ‘육눈깔’은 김관지의 ‘눈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러 눈의 감각 중 세 쌍의 눈에 관한 세 가지의 상황이다. 눈의 형태가 꺼풀을 뒤집듯 뒤집히는 순간부터 퍼포머는 눈의 감각을 몸으로 행위함으로써 하나의 주제와 그에 대한 몸짓을 관객에게 비자발적으로 부여한다.
이번 퍼포먼스의 세 쌍, ‘육눈깔’은 ‘부림, 부름, 부릅’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관지 Kwanzi Kim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영재원 2년
선화예중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전체수석 입학
한양대학교 무용콩쿠르 고등부 특상
한국무용협회 무용콩쿠르 고등부 특상
2016, 2017 국립무용단 객원무용수
2019 문화역284 커피사회 전시 중 퍼포먼스 <제비다방> 안무
2020 문화역284 호텔사회 전시 중 퍼포먼스 <one of those amenities>
2020 국립현대미술관 양아치작가 <창경원> 출연
2021 DMZ 전시 양아치작가 <미들코리아> 출연

✯ 사전신청_ 20명
관람을 원하시는 분은 예약자 성함과 연락처를 적어 info@graphiteonpink.com 으로 연락 주세요.

✯ 유의사항
✓ 19세 이상만 참여 가능합니다.
✓ 퍼포먼스에 노출과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됩니다.
✓ 퍼포먼스 도중 약간의 접촉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획_ 최소리
그래픽_ 최진영
문의_ info@graphiteonpi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