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좋음” – ‘좋음’은 ‘더 나음better’ 혹은, ‘뛰어남best’을 뜻합니다. ‘좋음’을 이야기할 때는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좋음’에 대상은 있지만, 말하는 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박성우 작가의 작업은 대상으로만 구성되지 않습니다. 대상밖에 없는 ‘좋음’을 작가의 작업에 어울리게 바꿔봅시다.

“좋아함” – ‘좋아함’은 ‘마음이 기운다like’는 뜻입니다. 마음을 이야기하니, 그 마음의 주인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누구’의 ‘좋아함’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내’가 생기고 ‘너’가 생깁니다. 서로를 마주 보고 각자의 ‘좋아함’을 이야기하며 이들은 ‘우리’가 됩니다.
작가의 작업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혹은 고양이)과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아있거나 열린 주방에서 셰프를 보고 있는 장면을 자주 만납니다. 멋진 식사 자리에 초대되어 그 식탁에 미리 차려진 이야기를 만납니다. 아니면 우리가 셰프가 되어 누군가가 좋아할 음식을 만듭니다. 그래서 박성우 작가의 작업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그대’가 있고, 작가와 같은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 – 작업 안에서 관객이 이야기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작업 안에 작가가 좋아하는 것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어, 고양이, 식재료, 와인이나 칵테일, 그리고 요리 그 자체. 모든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든 고양이나 요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Daria’s Birthday>에는 고양이도, 요리도 없다고요? 작가가 셰프인걸요!).
작가는 스스로 셰프임을 잊지 않기 때문에, 모든 작업에는 언제나 작가 자신自身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자신自信이 있는 사람이 가지는 특징입니다. 그 덕분에 작업은 솔직하고 투명합니다. 그 이상, 그 이하의 것을 읽어내려 하지 않아도 예쁘고 기쁩니다. 작업 안에 자신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득 담은 것을 보며, 작가가 ‘화가’라는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 역시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문어와 고양이 그리고 화가》에서 박성우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 그 자체로 언제나 예술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어떤 것을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도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을 마주하면 우리에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 같습니다. 마치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말입니다.

“그대의 예술은 무엇인가요?”

글/ 정봉주(미술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