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phite on Pink | Hyunwoo Li Solo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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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woo Li Solo Show

Hyunwoo Li Solo Show

November 22 – December 20, 2018

Venue : GOP Project Space
Dokseodang-ro 79, Yongsan-gu (Hannam-dong 29-14), Seoul 04419, Korea

Opening Hours
Tues – Sat 11:00a.m. – 19:00p.m.

그림이 그림으로 보일 때

건축계에서 사용되는 용어 가운데 ‘폴리(folly)’라는 개념이 있다. 항상 기능이 우선인 건축 분야이지만, 때로는 기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형태만 있는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폴리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폴리 프로젝트가 파리 라빌레뜨 공원 곳곳에 세워져 있는 빨간 구조물이다. 때때로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그곳에 오르거나 앉아있고, 누워있기도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일련의 폴리에게는 어떤 기능도 정의되지가 않는다. 폴리는 오직 형태만으로 공간을 점유한다.
이현우의 그림에서는 그러한 ‘폴리’가 등장한다. 도시 내 풍경을 그린 것 같지만, 내러티브가 소거된 화면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능이나 의미를 상상할 수가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가 건축가가 아니라 회화 작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는 구조물을 만들어 그것을 굳이 화면으로 옮기려 하지 않고, 대신 직접 일상에서 발견하는 오브제를 재현하는 식으로 폴리를 만들어낸다. 캔버스라는 공간에 맞추어 구도와 구성을 변형하고, 때로는 색감과 형태 또한 편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접 현실 속에서 가져온 오브제는 희미한 지표성만을 가진 채로 화면에 등장한다. 어떤 실재를 가리키고는 있으나 회화화되는 과정을 통해 인덱스적 성질에는 개의치 않는 것이다.
다만 폴리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입견이다. 사실 기능을 지닌 대부분의 구조물은 기능에 대한 적합성보다 ‘어떻게 사용하더라’ 같은 사회적인 선입견에 따라 결정되고 이용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현우가 그림의 소재가 마냥 지어낸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견한 조형물이라는 점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만약에 우리가 본 사물이라면 당연히 사회적 편견 내에 있을 텐데, 그렇다면 오로지 미학적 작용만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어려울 거라는 짐작 때문이다. 대체 그는 어떤 조형물을 회화로 가져오는 것일까?
그러나 막상 사물의 용도를 추적해보면 이현우가 포착한 조형물이란 그다지 이색적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러티브를 제거해 순수한 미학적 작용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친숙하거나 익숙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현우의 캔버스에 등장하는 건 다름 아닌 건물 외벽이라거나 영업이 끝나고 내린 임시 슬레이트, 페인트 말리는 목재 따위의 도시 내 부산물이다. 분명 우리가 일상을 오며가며 봐왔을 대상이며, 더군다나 그들은 기능이 확실하게 존재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순수한 미학적 작용을 할 수 있는 건, 되려 일련의 대상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그것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지저분하다거나 의미 없다고 지나치기 일쑤여서, 되려 기능에 대한 상상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도외시하는 조형물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이현우의 미학이 새로워 보이는 이유다. 그의 캔버스를 점유하는 사물을 보라. 말 그대로 아무런 기능 없이 재맥락화된 사물은 희미한 지표성으로 현실을 반추하는 동시에, 회화 이미지로서 세상에 즐비한 예쁜 이미지를 경계한다. 정밀한 수직 수평 구도와 평면적인 표현 방식, 그리고 현실 사물을 재현하는 작품의 내용까지 하나같이 디지털 이미지 요소에 어울릴 수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회화 매체를 고집함으로써 이미지에 대항하는 회화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게 ‘이미지 되어가는’ 마당에 일부러 ‘이미지 같은 회화’를 그리는 모습이 자못 역설적이다.
이현우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가장 느린 방법을 선택했다. 내러티브 바깥에 있는 소재를 캔버스로 가져왔고, 방법론적으로 매체에 해당하는 이론을 빗겨나감으로써 기능 없이 사람들에게 전시한다. 이미지에 충돌하는 회화 매체, 모든 기능에 대항하는 소재성이 이현우의 그림을 설명한다. 폴리가 아무 기능없이 공간을 점유하듯, 캔버스와 전시장을 점유하는 그의 작업은 기능없이 사람들의 상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런 사물이 있다고, 이런 이미지가 있다고, 이런 미학이 있다고. 아름다움조차 기능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이현우의 그림은 우리의 선입견을 정차시킨다. 그저 그림을 그림으로 오래 바라보도록 말이다.

글 / 최나욱 (미술비평)

광장동 성당(Gwangjang-dong Catholic church),162 x 130cm, oil on canvas, 2018
광장동 성당(Gwangjang-dong Catholic church),162 x 130cm, oil on canvas, 2018
교회 2층(church 2F),130 x 162cm, oil on canvas, 2018
교회 2층(church 2F),130 x 162cm, oil on canvas, 2018
교회 1층(church 1F),130 x 162cm, oil on canvas, 2018
교회 1층(church 1F),130 x 162cm, oil on canvas, 2018
낮 셔터shutter), 162 x 130cm, oil on canvas, 2018
낮 셔터shutter), 162 x 130cm, oil on canvas, 2018
눈 벽(snowy wall)), 145 x 112cm, oil on canvas, 2018.jpg
눈 벽(snowy wall)), 145 x 112cm, oil on canvas, 2018.jpg
성수동(Seongsu-dong), 194 x 130cm, oil on canvas, 2018
성수동(Seongsu-dong), 194 x 130cm, oil on canvas, 2018
줄 긋기(line up), 194 x 130cm, oil on canvas, 2018
줄 긋기(line up), 194 x 130cm, oil on canva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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